1. 미래로 가는 길을 여는 과거의 결정들
대한민국은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 성과는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확고한 신념의 리더십, 그리고 시대의 필요를 예견한 비전 있는 국가적 결정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그중 1970년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극한의 여건 속에서도 책임감 있는 리더십과 결단력 있는 행동이 국가의 궤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순한 도로 건설을 넘어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이 경험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한 기업인의 “이봐, 해봤어?”라는 유명한 일화는, 도로 인프라의 혁신이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도로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교통 인프라에만 국한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 중립, 자원 순환, 자연환경 보전이 국가적 우선 과제가 된 시대에 도로 건설 기술은 지속 가능한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류는 자연과의 조화를 무시하는 인프라 개발의 부작용을 다양한 환경 위기를 통해 이미 경험해 왔다. 이제 무분별한 자원 소비와 높은 탄소 배출로 특징지어지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할 때다.
개발도상국들은 점점 더 한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 그리고 더 넓은 한류를 열망의 대상이 되는 모델로 간주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에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기술들을 적용하여 자국의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미래지향적인 국가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려는 모든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입증된 기술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1990년대 초, 우리 기술진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면서도 오늘날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전환을 예견한 선구적인 비가열 재생 아스팔트 포장 재활용(Reclaimed Asphalt Pavement, RAP recycling)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아스팔트를 실온에서 혼합 및 시공이 가능하도록 하여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폐아스콘 전량을 도로 기층재로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 안전성과 효율성은 수많은 실험과 현장 경험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인증과 실제 적용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러한 환경적·경제적 효과는 현재의 탄소중립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공백과 환경부의 폐아스콘 발생자 우선 사용 원칙에 따른 의무 재활용 정책, 그리고 국토부의 비가열식 폐아스콘 재활용 도로 건설 정책 간 불균형으로 인해 이 기술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아스팔트가 어떠한 물질인지 살펴보면, 아스팔트는 정유공장에서 정유 과정의 잔재물로 발생하는 물질로서 원칙적으로는 폐기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골재와 혼합하여 도로층에 고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활용하고 있다.
한편, 아스팔트가 액상화된 상태로 유통될 경우에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혼합물의 바인더, 즉 아스콘 제조에 필요한 재료로서 유통·보관·사용된다. 따라서 아스팔트가 고체 상태가 되면 폐기물로 관리되어야 한다.
아스팔트 혼합물의 제조·활용 방법은 크게 가열식과 비가열식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가열식 아스콘의 경우, 봄·가을철에는 생산 온도를 180°C로 유지하며, 여름철에는 170°C로 생산한다. 또한 5°C 이하의 저온 환경에서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유통·운송 과정에서도 아스콘의 온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보온 덮개를 사용해야 하며, 현장 시공 시에는 아스콘 온도가 110°C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시공을 완료해야 한다는 아스콘 포장 건설 시방을 준수해야 한다. 이처럼 가열 아스콘 제품의 온도 관리는 시공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폐아스콘을 선별 과정을 통해 순환골재로 분류하고, 이를 간접 가열하여 아스콘 혼합물에 사용할 경우 일정한 온도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를 사용하는 GR(Good Recycled) 제품에 대해 인증까지 부여하여 아스팔트 도로 표층에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열 아스콘에 요구되는 엄격한 제품 온도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할 도로 표면에서 포트홀 유발의 주범이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GR 제품의 도로 표층 사용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보급되고 있는 중온 가열식 아스콘의 생산 온도가 140°C~150°C 수준이고, 저온 가열식 아스콘의 생산 온도가 110°C~120°C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가열식 아스콘의 생산·운송·시공 전반에 적용되는 아스팔트 포장 시방의 범주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비가열식 아스팔트 혼합물에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하지만, ‘상온 아스콘’이라는 한자어 표기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는 높은 온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정확한 명칭 구분이 필요하다.
첫 번째 비가열식 생산 방법으로는 아스팔트를 바인더로 사용하는 아스팔트 이멀전 콘크리트 혼합물 제조 방식이 있으며, 이는 아스팔트를 물과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비가열식 생산 방법으로는 도로 보수용 포대 아스콘으로 유통되고 있는 널리 알려진 상온 아스콘이 있다. 이는 아스팔트를 기름으로 용해시킨 뒤 잔골재와 혼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아스콘 제조·유통 방법을 가열식과 비가열식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섯 가지로 세분화하여 특성들을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고온 가열 아스콘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다량의 에너지 소비와 대량의 탄소 배출 및 유해 물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중온 가열 아스콘은 에너지 소비는 다소 줄일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함에 따라 일반 가열 아스콘보다 가격이 높아지고, 유해 물질 발생 또한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다. 아울러 도로 표면의 포트홀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저온 가열 아스콘은 중온 아스콘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첨가제를 사용함에 따라 가격 상승이나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도로 표면의 포트홀 발생 또한 더 열악해질 수 있다.
네 번째, 비가열 실온 아스콘은 아스팔트를 유화 아스팔트로 변환하여 폐아스콘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으며, 기층재로 사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비가열 상온 아스콘은 오일 기반으로 아스팔트를 용해하는 방식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상승하여, 주로 포트홀 등 도로의 긴급 보수용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현재 포장 상태의 평가는 주로 표면 상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성변형을 개선하고 미끄러움 방지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며, 저소음 포장, 배수성 포장, 열섬 완화 포장, 살얼음 위험 예방 포장 등 다양한 기능성 포장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과제로는 매년 발생하는 대량의 폐아스콘 재활용 문제가 있으며, 이는 발생자 우선 사용 원칙에 따라 관련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의 도로망에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 도로, 농촌 도로, 임도, 섬 도로, 군용 도로 등 다양한 관리 체계가 포함되어 있다. 아스팔트 포장의 구조적 구성은 교통량, 신규 건설 및 유지보수, 설계 사양에 따라 달라지며, 하부 토공층과 골재 포설로 형성되는 보조 기층, 그리고 도로 포장층으로 이어지는 아스콘의 기층·중간층·표층으로 구성된 아스콘 혼합물 층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각 포장층은 고유한 엔지니어링 기능을 수행하며, 햇빛과 산화, 교통 부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표면층은 가장 빈번한 손상을 입어 아스팔트 포장의 교체 주기가 비교적 짧아진다.
도로의 유지보수 활동에서 빈번히 발생한 폐아스콘은 공식적인 비가열 재활용 정책을 통해 기본 처리 과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탄소 감축 정책은 국민의 대기 환경과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정부 수입에 기여하고, 해외 도로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열식 아스팔트 혼합물 생산 공장들은 비산먼지와 악취, 심각한 대기 환경오염, 빈번한 민원과 행정 제재,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 간 생산량 격차 등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도로산업의 개선을 위해 아스콘 포장 기층부를 중심으로 한 폐아스콘 자원의 선순환 구조가, 기존의 ‘재활용의 기초’라는 개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비가열 재생 아스콘 재활용 기술’로 발전되어야 한다. 입증된 기술들이 불충분한 정책적 약속과 통합된 산업 분류 코드의 부재로 인해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국가의 지적 자산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새로운 도약을 향한 기술·정책의 결정
도로는 전체 생애 주기 동안 경제적 및 환경적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발전해야 한다. 미래 도로 인프라는 안전성, 편안함, AI 기반 스마트 기능을 도로 표층에 통합하면서 도로 기층 부분은 폐아스콘 활용을 극대화하여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구조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로 포장 재료의 분리는 골재의 입도와 이를 묶어주는 바인더의 특성에 따라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장 산업에서는 시멘트 콘크리트 제품을 “레미콘”으로, 아스팔트 콘크리트는 “아스콘”으로 명칭이 정착·발전해 왔다.
이제 차세대 기술인 아스팔트 에멀전 콘크리트 “아이콘”이 그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이 기술은 폐아스콘을 아스팔트 포장도로의 기층재로 활용함으로써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비가열 혼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우수한 재활용성을 확보하여 선순환 경제 구현에도 이상적인 기술이다.
비가열 폐아스콘 재활용 아스콘인 아이콘(iCON)은 혁신(Innovation Concrete), 지능형 건설(Intelligent Construction), 통합 보전(Integrated Conservation)을 핵심 철학으로 하여, 지속 가능한 선순환형 도로산업과 스마트 모빌리티·AI 기반 인프라 구축의 중심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로 산업과 AI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로 개발을 위한 결정적인 국가적 정책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처럼, 미래도 친환경, 디지털, 지능형 인프라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한국은 지속 가능한 도로 기술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도로 인프라 개발을 위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의 결정이 오늘날의 번영을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결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다.
한국아스팔트학회는 수십 년간의 축적된 기술 성과를 바탕으로 학문 연구, 산업, 국가 정책을 연결하는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